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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이별을 위한 홍콩행..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비행기에 모두들 몸을 실었다. 쳅락콕 공항이 눈에 들어오면, 늘 모두가 설렘에 들뜬 목소리로 도착했다고 연발했던 우리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처음이자 마지막인 슬픈 여행이었다. 홍콩에서 우리가 그녀와 이별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 것은, 우선 그녀와 직접 이별을 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우린 조문을 가기 위해 옷을 차려 입고 호텔을 나섰다. 이미 홍콩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그녀와 이별을 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게다가 팬들에게 주어진 조문 시간은 몇 시간 밖에 되질 않았던 관계로, 우린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문 차 온 팬들을 위해 마련 해 놓은 장소에 우린 차례대로 앉아 있었다. 한 편엔 그녀의 국제 팬클럽 회원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모여 앉아 나름대로의 그들 방식대로 그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틀어놓은 그녀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한 편에서 들리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각자 추억하며 또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우린 함께 그곳에 있었다. 하늘에는 그녀의 장례식을 생중계하는 헬기들이.. 밑에서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각종 화면을 담아가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다. 한국 팬클럽에서 왔다고 떠들어대며 화면을 내보내기도 했고,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지쳐있었다. 우리들과 그녀의 또 다른 많은 팬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드디어 그녀를 접견할 시간이 다가왔고 우린 안내하는 사람들의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우리와는 다른 방식대로 조문을 하는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 수십 명씩 줄을 지어 그녀의 영정사진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우린 우리들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녀였는데.. 콘서트 장에 찾아온 우리들에게 그녀의 가녀린 두 손을 힘차게 흔들어 보였었는데.. 말랐지만 따뜻했던 손까지 여전히 기억나는데... 그랬던 그녀인데 이렇게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절대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눈앞에 보이는 그녀의 영정사진, 회색의 빛을 잃은 영정사진 속에서도 그녀는 환한 빛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 마저도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 마저도 우리를 사로잡았던 그녀... 우리에게는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존재인 그녀다. 한국 팬들에게는 언제나 특별한 감정을 심어주었던 그녀이기에 우린 그렇게 몇 초 만에 끝나는 그들의 조문방식을 따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에서 진행을 하는 분께 한국식으로 조문하겠다고 정중히 부탁을 드렸고 우린 우리 방식대로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정면엔 그녀의 영정사진이 모셔져 있는 단상이 보이고, 한 편엔 그녀의 가족들과 또 지인들이 상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우린 일렬로 서서 다 같이 절을 했다. 그 때까지도 슬픔을 꾹 참아 누르고 있던 우리들은 절을 하는 순간 엎드려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아가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힘을 줘가며, 그렇게 우린 단 몇 분만의 만남 후 그곳을 나와야만 했다. 가슴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주어 삼킬 때 가슴이 너무 아파 우리들은 그냥 서로를 쳐다 볼 뿐이었다. 조용히 아무런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그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저 그 힘겨운 미소만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다음날, 이제 정말 그녀를 보내기 위해 또 한번 그녀를 보러 가야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린 그녀를 보내기 위해 전날 보다는 더 이른 시간부터 우린 그곳에 가서 그녀를 기다렸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을 때였고, 우린 그런 그들 사이에서 바로그녀가 나오는 곳 정면에 서 있었다. 많은 경찰들과 진행요원들 그리고 빽빽이 길이며 도로며 차있는 사람들... 경계선 밖에서 그들은 한결같이 외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 시간이 다가오는지 그녀의 지인들이 하나둘 장례식장안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이어 그녀를 위해 법문을 읽어주실 법사님도 들어가셨다. 우린 이젠 정말 그녀가 갈 때가 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야 지인들이 모두 나와 몇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결국.... 나오는 입구 쪽 커튼이 거둬지면서 차 한대가 나왔다. 온통 새 하얀 꽃으로 뒤덮인 그녀를 태운 영구차. 그 차안에 우리가 사랑했던 너무나 그리워했던 그녀가 있는 것이었다. 우리들 정면으로 보이는 영정사진에 우린 저절로 눈물을 흘렸다. 믿을 수 없는 정말 그녀가 이제 떠나서 한줌의 재로 남기 위해 떠나려 한다는 것이 깊은 절망에 빠지게 하였다. 우리들 모두를..........


 

서서히 커브를 돌아 대로로 나오는 영구차.. 그 영구차에서 우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천천히 도로를 주행하는 영구차, 그 뒤로 지인들의 차가 수없이 길게 따라 붙었다. 그 영구차를 향해 일제히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 “ 안녕.. 안녕.. 무이찌에...” 모두가 저 말을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건.. 분명 그녀가 나오기 전까지 눈물을 보이던 이 들이였는데 저 말을 외치는 그들의 표정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정말로 편안해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웃으며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녀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길 기원하면서..... 그렇게 그녀를 태운 영구차는 점점 우리들 시야에서 멀어지고 그 뒤를 따르는 지인들의 차와 지인들을 태운 버스들, 그 주위를 호위하는 홍콩 경찰들까지........ 난 생각했다. 저렇게 떠날 수 있는 건 그녀에게 행복한 일이라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가슴 가득히 가지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는 길을 지켜보면서... 그녀가 그렇게 떠나는 것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한줌의 재로 남기 위해 가는 길 그리고 한줌의 재로 남기까지의 그 여정... 홍콩의 모든 시민들이 함께 해줬다. 그녀에 대한 홍콩사람들의 사랑은 정말 엄청났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녀는 한줌의 재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비록 지금은 그녀를 볼 수 없지만 우린 그녀를 변함없이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음악이 여전히 우리들에게 있고, 영화 또한 여전히 우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장 중요한 그녀가 우리들 가슴에 지금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 위한 홍콩행이었지만, 우리들 가슴엔 또 다른 의미로 새겨진 홍콩행이었다. 우리들 가슴에서 지금도 빛나고 있는.. 매염방.... 이제는 저 하늘의 또 하나의 진정한 별이 되려고 떠나간 그녀.. 하지만 그 헤어짐은 진정한 의미의 이별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변한 것은 없으니까.. 우리는 여전히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다. 명성 매염방.. 송별 매염방... 我們的明星, 永遠送別梅艶芳.....

한국 팬클럽에서 보낸 화환-

-매염방 한국 공식 팬클럽 [백변매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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